WBC, 한국야구의 재미를 세계에 알리다

잘싸워주었습니다. 어느 누구 하나 칭찬을 안 할 수가 없네요. 비록 결승에서 일본에 우승컵을 내어주기는 했지만, 9회 피말리는 상황에서 터진 이범호 선수의 동점타로 대회 첫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보여준 우리 대표팀 정말 감사합니다. 야구 보는 재미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몸소 알려주었네요.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닐까 합니다. 메이져리거들도 치기 힘들다는 펫코파크에서 3방의 홈런도 그렇고, 추신수 선수를 제외하면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 매 경기 환상적인 경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김인식 감독의 빛나는 용병술은 물론 위기때마다 터져주시는 홈런포와 매직같은 수비수들의 몸놀림과 주루 플레이. ^^ 일본 야구에 비교되면서 저평가 받던 한국이 이번 대회를 통해 그 진면목을 새삼 전세계 야구팬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큰거 한방에 모든걸 해결하는 미국, 끝까지 유인볼에 4번타자의 번트로 요약되는 일본 등 각기 대표되는 스타일의 야구가 있는데요. 한국 야구에는 어떤 재미가 있을까요.

화끈한 플레이

이번 대회 뿐만 아니라 이전 베이징 올림픽때 볼 수 있었던 믿음의 야구, 뚝심의 야구. 김인식, 김경문 감독이 세계인들을 당황하게 했던건 컨디션이 나빠 제 실력을 발휘 못했던 선수들을 끝까지 믿고 기용했다는 점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의 이승엽 선수처럼 이번 대회에서는 추신수 선수가 그 주인공이었죠.

베네수엘라 전에서 회심의 홈런으로 시동을 걸더니 이번 결승전에도 동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감독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습니다. 이런 대범함은 타자 기용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에서도 볼 수 있죠.

보내기 번트를 통해 루상의 주자를 진루시켜 한점을 벌려는 스몰볼에서 벗어나 언제나 공격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시원한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당연 상대팀은 압박감을 심하게 느끼게 되고 실책을 연발하게 되죠. 일본과 베네수엘라가 결정적인 실책을 많이 저질 렀던 것도 이런 공격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부드러운 수비

미국에서 한국의 수비 연습을 두고 많이 놀랐다고 합니다. 바로 그 연습량 때문이지요. 경기 시작 전 펑고를 통한 내,외야 수비는 물론 상대 타자 교체나 투수 교체시 짬나는 시간에도 수비수들은 토스를 하며 수비 연습을 끊임없이 합니다. 

이런 연습은 당연히 호수비로 연결되지요. 박진만 선수의 공백을 훌륭히 매꾸어준 박기혁 선수, 개인적으로 이 선수 이번 대회를 통해 굉장한 성장을 이루었네요. 롯데가 부럽다능...헐~ 어쨌든 이런 수비 연습에 다이빙 캐취는 물론 숱하게 많은 병살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타격 만큼이나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명수비지요. 더군다나 이런 수비 하나는 팀 사기를 x100 시켜주죠. ㅎ

거포본능

이번 결승전에서 비록 홈런이 하나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김태균, 이대호, 이범호, 고영민 등 장타력을 겸비한 타자들의 깊숙한 외야 플라이는 일본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을 겁니다. 쳤다하면 쭉쭉 뻗어나가는 시원한 장타는 그동안 동양 야구를 스몰볼로 오인하고 있었던 서양인들의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들기 충분했죠.

최고의 요리사들

이처럼 한국 야구는 그 결과는 떠나 매 경기 화끈한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하다면 일본처럼 김태균에게 희생번트를 대게 하고, 주루 플레이때 수비수를 슬쩍 밀어버린다는 지, 우연인것처럼 타자 머리에 강속구를 던져버리겠지요. 하지만, 스포츠는 그 결과는 떠나 그 플레이들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지상 최고의 요리 재료들입니다. 이런 요리 재료를 가지고 밋밋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요.

이번 대회를 통해 야구가 얼마나 재미있는 스포츠인지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야구를 잘 몰라 그 참재미를 몰랐다면 아직 기회는 많습니다. 오늘 경기와 같은 멋진 요리들이 이제 열흘만 있으면 매일 같이 야구장에서 펼쳐지니깐요. 평일에 시간아 안되신다면 날 좋은 주말에 가까운 야구장에서 멋진 꽃미남 요리사들이 준비한 뷔페를 즐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