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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 리뷰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가 최고인 이유-그랜 토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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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를 스크린에서 만난지가..그는 화려함과는 먼 배우다. 아니 도리어 너무 화려하여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배우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영화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를 운좋게도 시사회를 통해 먼저 접할 수 있었다.

바로 "그랜 토리노(gran torino 2009)" 다. (관련 사이트 : http://www.gran-torino.co.kr)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우린 먼저 저 포스터에 당당하게도 서있는 할아버지와 떡 허니 영화 타이틀 밑에 크게도 박혀있는 그의 이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한 남자의 로망

와라와라와~와와왕~
서부극에 대한 아련함을 알고 있는 30대들에게 귀에 익은 너무나 익숙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배경음악으로 이름바 스파케티 웨스턴 무비로 일컬어지는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 Per Un Pugno Di Dollari, 1964)'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 누구나 한번 들으면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과 함께 건초더미가 굴러댕기는 서부시대 한 마을에서 긴장감도는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한 총잡이들. 토요명화 단골 초청작인 이 영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배우는 최소한 우리에게 자신의 이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얼굴만은 알릴 수 있었다. 

그 이후 이 영화는 서부극의 고전으로 수많은 모방을 낳았고, 우리 역시 TV 쇼 프로에서 수없이 모방되는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며 그렇게 유년시절을 보냈드랬다. 또한, 그 웃음 뒤에 강한 남자에 대한 모습은 터프!한 남자라는 스케치가 그려지기 시작하기도 했다.

 그 이후 '석양의 건맨(Per Qualche Dollaro In Piu, 1965)' 시리즈를 연이어 찍으며 서부극 하면 그를 떠올릴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 몇년 동안 전작을 능가하는 인기작이 없었다. 글쎄, 아마도 슬러프가 아녔을까..ㅎ

그런 그가 건맨 이후 4년째 찍은 영화 '독수리 요새(Where Eagles Dare, 1969)' 로 다시금 우리의 곁에 돌아온다. 물론 그전에도 꾸준하게 영화를 찍었지만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다. 어쨌든 이 영화는 2차대전에 일어난 첩보 액션 영화로 어릴적 전쟁놀이를 하게 되면 반드시 나오게 되는 지칭이었던 독수리 요새를 제목으로 하고 있다. 한번쯤은 TV에서 스쳐지나갔을 지 모르나 사실감있는 전쟁영화는 최소한의 밥벌이는 하는 법. 배신과 배반이 난무하는 고전 전쟁 영화가 주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이다.

그 이후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써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는지 '어둠속에서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 1971)' 에서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맡았고, 그 내용 또한 그 이전에 터프한 남자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여자의 일방적인 사랑에 힘들어하는 복잡한 남자로 변신하게 된다. 물론 이 영화 제목이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을 법도 하다. 아마도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1981)' 라는 유명한 영화 덕분일 듯 허다.ㅋ

아직 감독으로서는 부족함만을 보인 이 영화를 뒤로 하고 그는 황야의 무법자 이 후 다시금 그를 전면에 내세우게 만드는 영화를 찍게 된다. 바로 '더티 해리(Dirty Harry, 1971)' 다. 이 영화는 현대판 황야의 무법자이다. 화끈한 화력의 매그넘44를 들고 신나게 쏴되는 그를 보노라면 답답한 경제에 꽉 막힌 체증이 쑥~ 내려가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였다. 이런 성공은 곧 해리를 5번이나 스크린에 나오게 만들었고, 그 작품 모두 이스트우드가 주연을 맡았다.

이로써 그는 강한 남자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게 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하면 터프 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 정도에 만족할 만한 배우, 감독이 아니었다.

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

그를 다시금 재정의하게 만든 영화가 있다. 바로 '버드(Bird 1988)'-아직 보지 못한 영화이지만..훔훔-이 영화 감독으로 평소 즐겼던 재즈를 주제로 만들었다고 한다. 재즈 뮤지션 찰리 파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영화로 그는 마냥 터프하고 무식한 총잡이에서 예술을 즐길 줄 알고 만들 줄 아는 감독으로 재조명을 받게 된다. 당시 해리 시리즈 마지막은 5편이 만들어진 해였으니 이제 터프함과는 작별을 고하는 때가 이 때가 아니었나 싶다.

여기에 부드러운 남자임을 알린 결정타가 있었으니 그에게 수많은 상을 안겨준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 1993)' 이다. 이 한편으로 그는 많은 상을 휩쓸었고, 웨스턴 무비와의 안녕을 고하게 된다. 진정 강한것은 그 세기가 아니라 부드러움으라 하지 않았든가. 허허

그 이후 '사선에서(In The Line Of Fire, 1993)' , '퍼펙트 월드(A Perfect World,
1994)'
같은 작품을 거친 후 우리가 너무나 낭만적으로 봤던 그 영화를 찍게 된다. 메릴스트립과 함께 주연한 중년의 로멘스. 이 영화로 많은 아저씨, 아줌마들이 로멘스를 꿈꾸었고 빠져들게 만든 그 영화! 바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 이다. 사랑과 인생에 대한 애잔함이 화면 가득 묻어 나는 이 영화를 주연과 동시에 감독을 맡아 어디를 후벼파야 심금을 울릴 수 있는지 제대로 알게 해준 영화였다.


그 이후 많은 작품을 감독하고 주연 혹은 조연으로 나왔지만, 2005년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이후 더이상 그를 스크린에서 만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나이도 나이 이거니와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몸으로 보여주는 것보다는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익숙해졌을 지도 모른다.

배우는 이제 끝??

쓰다 보니 클린트 이스트우드 의 영화 일대기가 되어 버린 듯 하지만 여기서 지나치지 말아야 하는 점은 단지 배우 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의 그의 재능이다. 최근작 '체인즐링(Changeling, 2009)' 에서 보듯 화면 가득 음악과 더불어 눈과 귀를 홀려 가슴속의 울림을 만들어 내는 그의 능력은 탁월하다고 말하기는 모자라지만, 대단하다 는 평은 충분히 들을 만하다.

이렇듯 이제 감독으로서 자리매김을 하였기에 굳이 심심풀이 땅꽁 씹듯 조연으로 카메오로 출연하면 모를까 이번 작품처럼 전면에 등장하는 일을 거의 없을 것이다.

이야기의 스토리는 그동안 비슷한 부류의 휴먼드라마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진부한 소재다. 전쟁에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퇴역 노인, 물론 이 노인은 주변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모르고, 심지어 자식조차, 그를 등한시 한다. 그런 그에게 먼 이국당에서 이주해온 몽골인들이 이웃이 되어 그에게 다가오고 우연찮게 그들과 엮이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의 재미를 찾는 다는 이야기이다.



일년에 한번쯤 국내외 영화로 꼭 제작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에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는 재미와 감동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중요한건 그 이야기 중심에 터프를 버리고 부드러운 남자가 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그가 보여주는 고집불통 늙은이는 그가 아니면 글쎄...대부의 말론 브란도 (물론 당시 말론 브란도는 젊었지만) 정도일까. 잔뜩 주름진 얼굴과 큰 키와 더불어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는 온갖 냉소적이다 못해 모욕적이기까지한 말들을 내뱉는 대사와 섞여 영화의 재미와 감동을 더하고 있다.



'내가 시작한 일은 내가 끝낸다'

라는 그의 대사는 여전히 더티 해리를 연상케 하는 터프 그 자체이지만, 그 해결 방식이 이제는 총을 앞세운 거친 방식에서 자기희생을 통해 타인들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성인(聖人)의 모습으로 확실하게 변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배우로서 그를 런닝타임 내내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 것이다.(굉장히!) 그가 그토록 아끼는 그랜 토리노를 피붙이도 아니고 같은 미국인도 아니었지만 따듯하게 대해주었던 이웃에게 나누어 준 것 처럼 그를 아끼는 팬들 또한 이제 그를 배우가 아니 감독으로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어야 하는 때가 온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