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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자가 격리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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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기간동안 받았던 밥상들!!!

이 글은 코로나 양성 확진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간 나의 일지이다.

지금은 코로나 보다는 오미크론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고, 양성 확진을 받은 이들은 모두 중증이 아닌 경우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예전 처럼 별도 기숙사 같은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지원금이나 물품이 나오지도 않는다. 알아서 격리하고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나오면 된다.

0일차

그날따라 회사에 출근했는데 오전에 몸이 무거웠다. 머리가 띵하고, 목이 칼칼하고, 몸이 으슬으슬 오한이 들었다. 이상하다 싶어 답답해도, 혼자 있을때도 마스크는 꼭 쓰고 있었다. 그래도 몸이 너무 안 좋아 혹시나 싶어 오후에 가까운 내과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두줄...양성이었고, 의사의 권고대로 곧바로 근처 보건소에 가 pcr 검사를 받게된다.
회사에 돌아가 바로 사실을 알렸으며, 간단하게나마 주변 동료들에게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혹시나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1일차

오전에 문자가 왔다. 보건소에서 보내온 검사 결과 내용이었다. 예상대로 양성이었다. 이후로 관계기관에서 적잖은 문자가 계속 날아들었다. 확진자에 대한 안내들. 나가면 징역과 벌금을 받게 되니 7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내용들이었다. 
이미 집에서는 격리중이었다. 혹시 모르니 가족들 특히나 아이들에게 전파될 수 있어 0일차때 퇴근 하자마자 방 하나를 세팅해 격리하고 있었다. 소독제와 쓰레기봉투, 먹을 간식, 종이컵, 물, 등등 
이때가지는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단지 잠깐 누워있다 쉬다가 나가면 되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2일차

회사에서 계속 전화와 메신저가 날라온다. 난 자리는 티가 난다고 누가 그러던가..이것저것 챙기다보니 진이 다 빠진다. 게다가 이 놈의 오미크론..독하다. 몸이 욱신욱신 몸살 감기 증상에 콧물에, 기침에, 가래까지 정신이 없다. 몸에 힘도 없고 이래서 중증 환자들이 생기는 것 같다.
매 끼니는 사식 받듯이 별도의 작은 밥상에 따로 받고 있다. 받자마자 바로 문을 닫고 문에 소독약 뿌리는 소리가 들린다. 가족들은 다행히 음성이기에 나만 철저하게 관리 하면 되는 거였다.
자칫 아이들이 걸리면 큰 일 날수도있으니 모두 엄청 조심조심. 밥상을 주고 받을때 열리는 문 틈 사이로 아이들과 손 인사를 한다. ㅜㅜ 아 눈물나...

3일차

약발이 받는지 어제보다는 몸이 많이 개운해졌다. 기침과 가래, 콧물은 여전하지만 몸은 무겁지 않아 한결 일?하기 좋은 컨디션이다. ㅎ 
역시나 오전 9시를 기점으로 메신저와 전화가 불을 뿜는다. 여기가 격리 중인 내방인지 사무실 책상 앞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좋은게 있다면 느지막히 일어나 눈꼽도 떼지 않고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거...
별로인 건 분명 내 집인데 편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 새로운 긴장감. 기분 나쁜 이 긴장감이 내 집에서 내뿜고 있다는 게 좀 씁씁하다.
가족들에게서는 여전히 때맞춰 구호품들이 속속 들어온다. 밥은 영향가 있는 몸보신 하기 좋은 것들 위주로다가 삼시세끼 들어오니 이거 원 이 방에서 나갈때는 5키로는 찔 것 같다.

4일차

하루가 다르게 몸이 회복하지만 정신은 피폐해져 가는 것 같다. 벌써 방에 갇힌지 4일째...창밖 풍경만 보고 있자니, 방문 너무 들리는 식구들 하하호호 소리에 뛰쳐나가고 싶어 미치겠다. 이래서 그 엣날 기숙자 같은 곳에 격리된 사람들이 창문 넘어 탈출 하나보다. 일하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도 밖에 나가고 싶다. 뛰어 다니고 싶다. 

5일차

아~ 나가고 싶다. 하루하루가 답답하기만 하다. 창밖만 멍~하니 보다가 정신차려보면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이래서 영화에서 교도소에서 하루에 한번씩 운동장 돌게 하나 보다. 하루 중 재미지게 하는 일이라고는 먹는 것 뿐이다. 그것도 오미크론 때문인지 입맛이 막 돌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미각이 약해진 듯...

6일차

드됴 오늘이 마지막날. 24시가 되면 나간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달렸던가. 아침부터 여기저기 청소하고 쓸고 닦고 소독하고 신난다. 처음 격리 할때는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다. 밀린 드라마를 볼까 영화를 볼까 책을 읽을까 게임을 할까...하지만, 직장 다니는 평시와 똑같이 9시부터 18시까지 재택근무를 하게 되는 현실. ㅜㅜ
결국 갇혀서 일만 하는 꼴이 되었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졌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소중함과 문밖에서 들리는 가족들의 목소리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욕구에 야외에서 신나게 운동하고픈 욕심까지 여러모로 인생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기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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